[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아 통일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 기본 방향을 제시했으나 외교부가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하며 이견을 표출했다. 8월5일 진행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조현 외교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통일부의 업무보고 중엔 여론이 부정적인 정책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시종일관 적대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조율이 안 되고 있다는 점까지 드러나면서 대화·교류의 물꼬를 다시 터보려는 대북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정 장관은 8월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하반기 부처 업무계획 보고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적 협력 ▲평화적 갈등 해결 및 위기 통제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촉진을 구상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실천 조치로는 상호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과 같은 대결·혐오 조장 용어 대체, 흡수통일론을 배제한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을 통해 다자 평화교류협력을 확대하고,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마련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통일부는 9월 유엔 총회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북·미(北美) 대화, 4자(남북·미·중) 대화를 견인할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업무보고 직후 통일부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정부 장관이 다른 부처 정책을, 그것도 대통령에게 정식보고를 한 당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조 장관은 ‘4자 대화’ 동력 확보와 관련해서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안”이라며 “(통일부가) 먼저 4자 대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상적인 말씀을 정 장관께서 한 거니까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스카운트(discount)하라’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거나 심지어 무시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정부 차원의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며 “사실 그건 외교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가 밝힌 ‘실천 조치’에는 난관이 만만찮다. 북한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자는 것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 동조 또는 통일 포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통일부가 이번 업무보고에 조선을 명시하기보다는 ‘서로 이름 부르기’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의를 갖고 제대로 하려고 하면 그걸 오히려 꼬투리를 잡아 공격한다”며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를 예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논쟁이 한번 됐던 것 같다. 정쟁으로 휘말리면 원래 하고자 했던 것보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주적(主敵)’ 표현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일부는 올해 말 국방부가 발간할 이재명정부 첫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상호 존중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기존 표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화공존 정책을 ‘기만극’이라며 맹비난하고, 남북 간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요새화하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에서 ‘평화공존’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 장관도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을 예고했다. 그는 전날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조선 호칭’에 대해 “충분히 생경한 용어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 속에 수용되고 흡수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앞서가기보다는 공론화를 뒷받침해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적’ 표현과 관련해서도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가 사용했던 ‘위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면서도 “국방부의 입장이 완강해 계속 토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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