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 투자했는데 ‘기부’라니...우즈벡 고려인사회 뒤흔든 ‘권력형 탈취’ 의혹

이병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8 08:39:50
  • -
  • +
  • 인쇄
우즈베키스탄서 20여 년간 공들인 사업가 박광남 씨의 눈물
현지 국회의원 겸 협회장 상대로 ‘사기 혐의’ 형사 고소 배수진
증거는 명확한데 판결은 거꾸로...외국인 투자자 잔혹사

(사진1)프레스센터에서 인터뷰하는 사업가 박광남 (사진2)현재 완공된 건물 모습

[부자동네타임즈=이병도 기자] “우즈베키스탄은 제2의 고향입니다. 탈북 후 대한민국 국적을 얻고,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20년을 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저를 이방인이라며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박광남 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이하 협회)와 150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 규모의 부동산 소유권을 둘러싼 처절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쟁점은 단 하나다. 박 씨가 투입한 거액의 자금이 ‘사업을 위한 투자’였는가, 아니면 조건 없는 ‘자선 기부’였는가 하는 점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슈켄트 시청으로부터 세르겔리 구역의 토지 1헥타르를 할당받았던 협회는 자금 부족으로 건설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현지 하원의원이며 고려문화협회장인 박 빅토르 니콜라예비치(이하 박 빅토르)가 박 씨에게 공동 사업을 제안했다. 박 씨가 자금을 투자해 건물을 짓고, 임대 수익을 지분대로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박광남 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개인 자금을 쏟아 부어 3층 규모의 사무실과 공장을 완공했다. 토지 평탄화부터 실내 인테리어, 각종 공조 시스템까지 박 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당시 인허가 편의를 위해 건물 명의를 일단 협회로 등록했으나, 박 씨는 상대가 현지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믿고 별도의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완공 후 박 빅토르 협회장은 태도를 바꿨다. 지분 재등록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박 씨가 협회에 순수하게 기부한 것”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박 씨가 제시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협회 내부 회의록에는 박 씨의 투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독립적 조사를 수행하기로 결의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고, 실제 실사 결과 112억 숨(약 12억 원) 이상의 투입 비용이 공식 확인됐다. 또한, 박 씨가 협회 측에 매달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한 송금 기록과 전기·가스·수도 등 각종 공과금 납부 영수증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상식적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이 매달 토지 사용료를 내고 공과금까지 부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사법부의 판단은 기괴했다. 1심에서는 박 씨의 투자 사실을 인정하며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과 3심(대법원)은 “기부로 볼 여지가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박광남 씨는 “상대측이 현지 유력 단체이고, 회장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분쟁이 격화되자 협회 측은 공권력을 이용해 박 씨를 ‘강제 추방’시키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금전 분쟁을 넘어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투자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같이 사법부의 독립성이 완전하지 않은 국가에서 현지 유력 인사와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이 얼마나 무력하게 자산을 탈취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박광남 씨는 최근 고려문화협회 협회장인 박 빅토르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제가 20년 넘게 해외에서 모은 전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라며 “최소한 상식과 법치에 근거한 공정한 판단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박 광남 씨는 오랫동안 고아원을 후원하고 교민 사회의 신망을 얻어온 인물”이라며 “이런 기업인조차 권력 앞에 무너진다면 누가 우즈베키스탄에 마음 놓고 투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해당 건물은 협회 측에 의해 매물로 나와 잠재적 구매자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업가의 피땀 어린 결실이 ‘기부’라는 가면을 쓴 권력의 탐욕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작권자ⓒ 시흥부자동네카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